
청둥오리가 깨어나면 처음으로 무엇이든지 움직이는 것을 따르는데 이렇게 한번 움직이는 대상을 따르는 관계가 이루어지면 계속해서 따르게 된다는 각인이론은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동물학자이며 동물심리학자인 콘레드 로렌츠 박사다.
각인은 갓 태어난 새끼오리들을 어미 없이 기르는 실험으로 각인한 오리새끼들이 어미가 곁에 있어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처럼 어떤 결정적 시기에 특정한 애착 대상에 대해 각인이 형성되며, 각인된 대상에 대하여 애착 관계가 이뤄진다는 것이 각인이론이다.
각인은 크게 추종각인과 성적각인으로 구별되는데, 추종각인은 오리, 기러기, 닭, 갈매기 등 조류 새끼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어미 혹은 부모를 인식하여 따라다니게 되며, 성적각인은 어떤 표시가 인식이 되면 그것을 나중에 성적인 파트너의 표시로 인식하고 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각인 현상은 가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가끔 등장한다. 어미를 잃은 여러 종류의 새끼 새들이나 어린 고라니와 같은 야생 짐승들을 길러준 사람을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각인한 새나 야생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면, 다시 길러준 사람을 찾아와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어린 동물들이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 연구를 통해 교육학자들은 인간도 마찬가지로 신생아기와 유아기에 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서적인 장애나 문제는 모자 관계에서 생겨나며, 지능발달에 저해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성격의 형성이 아직 미숙하여 정서적인 측면이나 지적인 측면에서 분화가 일어나지 못한 인간의 초기 특징이라고 말한다.
동물의 행동에서 보이는 결정적인 시기에 이루어지는 각인이론은 인간의 유아기 때도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인 신생아기, 유아기의 환경 즉 인적 환경은 그 아기의 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의 기초를 이루며 이는 각인 현상과 유사한 학습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유아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들의 성격 형성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 유아기에 형성된다고 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성격이 형성이 달라지는데. 교육학자들은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자녀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첫째, 애정-자율적 양육 태도는 애정적이고 자율을 용인하는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부모들은 민주적이고, 수용적이며 협동적이다. 자녀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여 대화를 많이 하여 부정적인 감정도 표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능동적이고 적응적이며 독립적, 창의적이고 사교적이며 대인관계도 좋고 긍정적인 경향성을 보인다고 한다.
둘째, 애정-통제적 양육 태도는 애정을 주면서 자녀 행동에 제약을 많이 가하는 과보호적 유형으로 부모들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자녀의 행동을 부모가 결정하여 새로운 탐색을 제한하며 자녀의 어려움을 부모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양육 태도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나 도전적이지 않으며, 사교적이고 창의성과 의존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인내심이 있어서 상당히 강하거나 약한 극단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 적대-자율적 양육 태도는 부모의 거부적이고 비수용적인 태도로 인해서 자녀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심리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한다. 오늘날 열악한 극빈 일부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의 부모 양육 태도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이 있어 심하면 범죄를 초래하게 된다. 부모에게 적대적이고 내면화된 갈등과 고충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어 자학적이고 퇴행적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넷째, 적대-통제적 양육 태도는 자녀에게 관대하지 않고 심리적 신체적으로 체벌을 가하며, 권위적이며 거부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일관적이지 못한 양육 태도를 보이고 적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자녀들의 태도와 행동을 평가하며,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을 경우에는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 주로 오랜 조직 생활에 습관화된 생활방식에서 살아온 군인이나 경찰관 등 독선적인 부모의 가정의 양육 태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고, 사회적으로 위축된 행동을 보이며, 공격적이고 심하게 수줍어하거나 자살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조류는 본능적 생존 전략으로 각인에 의해 다른 동물에 비해 소거되지 않고 맹목적으로 추종 각인이 되어 행동하지만, 사람은 어린 시절 결정적 시기의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다양한 성격이 형성되므로 보모의 양육 태도는 중요하다. 위에서 보듯이 결과적으로 부모 양육 태도는 애정-자율적인 태도로 자녀를 사랑으로 포용하고 독립성을 키워주며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게 하여 자기주장을 피력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람은 성격이 형성되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동물의 각인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주위에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평생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반성할 줄을 모른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악으로 살다가 죽는다. 어렸을 때 형성된 습관을 버리지 못해 적대-자율적 양육 태도나 적대-통제적 양육 태도로 자녀를 양육하여 자녀 또한 부모의 습성을 그대로 문화 재생산으로 대물림한다. 그래서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부모가 살아왔던 생활방식이나 대인관계, 사회적 행동을 그대로 학습하게 된다. 물론 어떤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 삶의 방식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예로부터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던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성숙하면 악한 사람도 자기 마음대로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무질서한 사회에서는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의 악행에 물들어 사회 분위기가 흐려진다. 이때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의 인사들이 부패하면 무질서한 사회로 각인되어 문화 재생산되고, 지도층의 인사들이 공명정대하고 모범을 보이면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국난으로 어렵게 살아온 우리나라가 절대적인 빈곤에서 해방되어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지만, 국민의 습성은 어려웠을 때 습성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 사는 나라는 자기만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다 함께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는 나라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온 국민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살아갈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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