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치료일기] “내년 9월에도 이렇게 지내고 싶어요”…대장암 4기, 그림을 그리며 이어가는 나의 하루

서른아홉에 받은 진단, 80차례의 항암치료와 간 방사선색전술…긴 치료 속에서도 놓지 않은 일상과 희망

 

2022년 9월, 서른아홉 살에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당시 나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몸이 몹시 피곤했고, 어지럽고 숨이 차는 날들이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빈혈 수치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빈혈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중 갑자기 오한과 열이 시작됐다. 결국 119 구급차를 타고 근처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발열 때문에 코로나를 의심해 격리됐고, 엑스레이와 CT 검사를 받았다. CT 영상을 한참 걱정스럽게 보던 응급의학과 선생님은 나를 상급병원 응급실로 전원시켜 주셨다.

 

그곳에서 5일 동안 입원하며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CT와 MRI, 간 조직검사까지 받았다.

검사를 마치고 들은 몸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S결장에는 종양이 도넛처럼 장을 둘러싸고 있어 내시경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간에는 거대한 종괴들이 있었고, 내게는 암이 없는 부위를 찾는 편이 더 빠르겠다고 느껴질 만큼 광범위했다. 가장 큰 종양은 18cm라고 했다.

 

혈액종양내과에서 처음 진료받던 날, 교수님은 항암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며 고개를 저으셨다.

나는 그래도 항암치료를 받으면 될 줄 알았다.

 

함께 들어간 언니는 진료실에서부터 엉엉 울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멍했다. 내 일 같지가 않았다.

진료실을 나오니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지 묻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항암치료 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이 달라졌다.

‘

항암치료를 받다가 힘들고 지치느니, 가족들과 여행이나 다니면 어떨까.’

결국 잡아 놓았던 항암치료를 취소했다.

그러자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젊은 사람이 왜 항암을 포기하느냐.”

그 전화를 받고 다시 입원 날짜를 잡았다. 5일 동안 입원하며 첫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2주 간격으로 세 차례 항암치료를 받고 CT를 찍었다.

 

결과를 설명하시던 교수님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간과 S결장에 있던 종양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었다.

처음 진료 때 고개를 저으시던 모습과는 달랐다.

 

치료는 효과를 보였지만, 몸에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얼굴에는 발진이 올라왔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

내 표현대로라면 얼굴은 성게가 되고, 머리카락은 골룸처럼 빠졌다. 힘든 모습이었지만 그렇게 웃으며 표현하기도 했다.

항암치료는 계속됐다.

 

30차쯤 되었을 때는 잘 맞던 옥살리플라틴 때문에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의료진은 더 투여하면 보행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고, 결국 옥살리플라틴을 중단했다.

 

한동안 항암제로 잘 조절되던 병에도 변화가 생겼다.

종양표지자가 자꾸 두 배씩 올라갔고, 간에 있던 병변들도 조금씩 커졌다. 결국 2차 항암제로 바꾸게 됐다.

 

약을 바꾼 뒤에는 얼굴과 머리카락은 괜찮았다. 대신 울렁거림과 구토가 너무 힘들었다. 치료 후 일주일은 계속 토하기만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아픈 것은 참겠는데, 토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그렇게 항암치료가 80차에 이르렀다.

‘더 이상 항암치료를 받으면 정말 죽을 것 같다.’

결국 더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치료법을 찾던 중 암행권의 샤샤님께 문의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간 방사선색전술이었다.

서울대병원 진료에서는 처음 찍었던 CT와 그동안의 치료 경과를 함께 살펴봤다. 교수님은 처음 상태와 비교하면 기적적으로 좋아진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연구 목적으로 자료를 사용해도 되는지 물으셔서 동의서를 작성했다.

 

8월 10일, 간 방사선색전술을 받았다.

이후 다니던 병원에서 9월 10일 CT를 찍고 진료를 봤다.

지난번 CT와 비교했을 때 종양이 차지하는 부위는 오히려 더 넓어 보였다. 걱정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담당 교수님은 방사선색전술 후 종양이 죽으면서 나타나는 변화로 설명해 주셨다.

 

종양표지자 수치도 44에서 22로 줄었다고 했다.

“그래도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대장 쪽에도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항암치료를 받을 것인지 물으셨지만, 나는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다음 달 MRI를 찍고 다시 진료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웃으며 밝게 인사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지금의 나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주 건강한 사람처럼 보인다.

내 표현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뚱땡이’다.

 

그날 교수님도 안색은 당신보다 내가 더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이 난다.

나는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밝고 즐겁게 살고 싶다.

‘왜 하필 내가 암환자가 된 걸까.’

‘왜 나일까.’

그런 생각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

 

진단받았을 때도, 지금도 내 마음은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그냥 내 생활을 이어가며 지내고 있다.

그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림이다.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던 나는 지금도 화실에 나간다. 아주 열심히라고까지는 못 하겠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독감에 걸려 빠졌던 때를 빼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화실에 간다. 그렇게 지낸 지도 2년 정도 됐다.

항암치료를 받고, 검사를 기다리고, 다시 치료를 고민하는 시간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날은 계속 이어졌다.

 

나는 나 나름대로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한다.

지금 내 목표는 내년 9월까지 이렇게 저렇게 잘 지내는 것이다.

 

2027년 9월이 되면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된다.

나는 4기 환자가 5년을 지내면 ‘20% 안에 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은 내게 하나의 목표이자 희망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그 안에 들고 싶다.

 

내년 9월에도 지금처럼 화실에 나가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웃으며 지내고 싶다.

다음 달 추적검사에서도 듣고 싶은 말은 같다.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긴 치료를 이어온 나에게는 그 한마디가 참 반가운 소식이다.

 

오늘도 나는 내 일상을 살아간다.

그림을 그리고, 웃을 일을 찾고, 내년 9월을 생각한다.

그렇게 나 나름대로,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한다.


 

※ 이 글은 대장암 환우 카페 ‘암행권’에 올라온 부니회원님의 치료 경험담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치료 경과와 의료진의 설명은 원문에 담긴 글쓴이의 경험을 기준으로 하며, 항암치료 중단에 관한 내용은 개인의 선택을 기록한 것입니다. 본문의 ‘20%’는 글쓴이가 전해 들은 수치로, 개인의 예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작성 2026.10.20 09:18 수정 2026.10.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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