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남 보성에 모였다. 이날은 제26회 수필과비평문학상 신인상 시상식과 수필문학세미나가 열린 뜻깊은 날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문학인들은 시상식과 세미나를 통해 문학의 의미를 나누고, 행사를 마친 뒤에는 보성과 벌교의 문학·문화 관광지를 둘러보며 특별한 문학기행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경인지부와 부산지부, 제주지부 등 여러 지역에서 모인 문학인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이어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차밭을 거닐고, 벌교의 골목과 문학 현장을 둘러보면서 문학이라는 공통분모로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이날의 일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해설사와 함께 보성과 벌교의 주요 관광명소를 둘러보며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책을 통해 접했던 문학작품의 배경을 직접 찾아가고, 현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과 지역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문학인들이 함께 걸었던 길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학적 풍경이 됐다. 차밭의 초록빛과 벌교의 오래된 거리, 『태백산맥』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 서로 연결되면서 이날의 여행은 문학과 관광, 사람과 지역이 어우러지는 뜻깊은 문화기행으로 이어졌다.
초록빛 차밭에서 만난 보성의 풍경

일행의 발걸음은 보성의 차밭과 한국차문학박물관 인근으로 이어졌다. 보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 가운데 하나가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빛 차밭이다. 차밭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은 문학인들에게 잠시 일상의 속도를 내려놓고 자연을 바라보는 여유를 선물했다. 차나무가 만들어낸 푸른 물결과 주변의 자연 풍경을 바라보면서 일행은 서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눴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풍경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다. 한 장면이 글감이 되고, 한순간의 감상이 문장이 되기도 한다. 이날 차밭에서 마주한 풍경 역시 각자의 기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하나의 소재가 됐다. 특히 여러 지역에서 온 문학인들이 함께 자연을 바라보고 같은 공간을 걸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경인지부에서 온 문학인과 부산지부, 제주지부에서 온 문학인들이 서로의 지역과 문학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교류의 폭을 넓혔다.
벌교를 걷다…『태백산맥』의 공간을 만나다
차밭에서 시작된 여정은 곧 벌교로 이어졌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시간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학을 만나는 시간으로 여행의 성격도 조금씩 달라졌다.

보성을 지나 벌교에 들어서자 문학기행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벌교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로 알려진 지역이다. 이날 일행은 해설사와 함께 벌교 곳곳을 둘러봤다. 해설사는 벌교의 역사와 문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평범하게 보였던 골목과 거리도 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뒤에는 다르게 보였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공간이 실제 눈앞에 펼쳐지면서 문학작품과 현실의 공간이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도 태백산맥문학관을 비롯해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김범우의집, 벌교 홍교, 구 벌교금융조합, 구 보성여관, 중도방죽 등을 『태백산맥』과 연관된 주요 명소로 소개했다.
벌교는 소설의 배경이라는 의미를 넘어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의 삶이 이어져 온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역사적 흔적과 근대문화유산, 오늘날의 일상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이날 문학인들이 주변 동네를 한 바퀴 걸어본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유명 관광지만 빠르게 둘러보는 방식이 아니라 골목과 거리, 주변의 생활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며 벌교라는 지역 자체를 느껴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걷다 보니 『태백산맥』을 읽었던 문학인들은 작품 속 장면을 떠올렸고,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벌교가 가진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문학은 그렇게 책장을 넘어 현실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태백산맥문학관에서 만난 조정래의 문학세계

이번 문학기행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 가운데 하나는 태백산맥문학관이었다.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작가의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문학관에서는 작품의 집필 과정과 육필원고, 필사본 등을 통해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기울인 노력과 시간을 살펴볼 수 있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이다. 작품 속에서 벌교와 남도 지역은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조정래 작가는 작품을 쓰기 전 오랜 기간 자료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자료에 따르면 작가는 4년간 자료조사를 거쳐 1983년 집필을 시작했고, 1986년 제1부가 출간된 뒤 1989년 제4부까지 이어지며 작품을 완결했다.
문학관을 둘러보며 일행은 완성된 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작가의 집필 과정과 문학적 흔적을 만났다.
무엇보다 이날은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져 문학관 관람의 의미가 깊어졌다. 전시물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집필 과정, 벌교와 『태백산맥』의 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학관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문학관을 나와 다시 벌교의 거리를 바라보니 조금 전까지 평범하게 보였던 장소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책 속의 문장이 현실의 풍경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전국 문학인들의 만남, 문학으로 하나 된 하루
이번 보성·벌교 문학기행이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전국에서 모인 문학인들이 함께했다는 데 있다. 경인지부와 부산지부, 제주지부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온 문학인들은 시상식과 세미나에서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에는 함께 관광명소를 둘러봤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인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친교를 쌓는 시간이었다.
문학은 혼자 쓰는 작업이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은 또 다른 창작의 힘이 되기도 한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가 느낀 감상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날의 여행 역시 그 자체로 하나의 수필이 됐다. 차밭의 초록빛, 벌교의 골목길, 해설사의 설명, 태백산맥문학관에서 만난 조정래 작가의 문학적 흔적, 그리고 함께 길을 걸었던 문학인들의 웃음과 대화가 하나의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관광명소를 해설사와 함께 둘러본 것은 지역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장소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 문학적 의미를 들으며 걸었기 때문이다. 문학기행은 작품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독서가 될 수 있다. 책을 읽고 현장을 찾아가면 작품 속 공간이 현실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책을 펼치면 이전과는 다른 문장이 보이기도 한다. 보성과 벌교에서의 하루는 바로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문학은 책장을 넘어 길 위에서 다시 태어난다
2026년 9월 20일 보성과 벌교에서의 문학기행은 단순한 관광 일정이 아니었다. 제26회 수필과비평문학상 신인상 시상식과 수필문학세미나를 통해 문학의 의미를 나눈 뒤, 전국에서 모인 문학인들이 함께 현장을 걸으며 지역과 작품을 직접 만난 시간이었다. 보성의 차밭에서는 자연과 차 문화를 만났고, 벌교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생활 풍경을 만났다. 태백산맥문학관에서는 조정래 작가의 문학세계와 『태백산맥』이 탄생하기까지의 흔적을 만났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에는 사람이 있었다.
경인지부, 부산지부, 제주지부 등 여러 지역에서 온 문학인들이 함께 걷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문학과 삶을 나눴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때로는 걸음을 멈춰 풍경을 바라보고, 때로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날의 보성·벌교 문학 기행은 더욱 뜻깊었다.
문학은 글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장소, 역사와 풍경 속에서도 살아 움직인다. 『태백산맥』의 공간을 직접 걸어본 경험은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고, 문학인들과 함께한 시간은 한 권의 책으로는 얻기 어려운 또 다른 감동을 남겼다.
차밭의 초록빛에서 시작해 벌교의 골목길을 지나 태백산맥문학관에 이른 하루. 그 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그리고 문학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9월 20일의 보성·벌교는 그렇게 문학인들의 마음속에 한 편의 수필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