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시
부활 주간 주일 아침
베란다에서 양파는
온 힘을 다해 싹을 틔우고 있었다
속이 궁금해 갈라본 양파는
마치 대파의 흰 부분처럼
파란 싹을 힘껏 밀어 올리는 중이었다
싹둑, 하얀 밑동을 잘라
불고기에 넣어 볶고
싹둑, 싹둑 파란 싹을 잘라
콩나물국에 넣어 끓이고
가족은 아침밥으로
콩나물국과 불고기에 녹여진
양파의 꿈을 먹고 있었다
나는 양파의 꿈이
나와 가족에게 녹아나기를 기도하며
양파의 시를 틔워 써 내려가는 중이다

[김현정]
2018년 『한국작가』 등단.
동서문학상, 서울시인협회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