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사이의 갈등이 해임 절차를 둘러싼 공방으로 다시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가 박 이사장의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이후에도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면서다. 다만 이번 법원 결정은 박 이사장에 대한 해임 자체가 부당하다고 확정한 판결이 아니라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춘 결정이라는 점에서 법적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박 이사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교육부가 문제 삼은 것은 독도·울릉도 관련 사업비와 수요포럼 등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사용 의혹이었다. 이후 박 이사장은 해당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8월 21일 박 이사장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문제 삼은 지출이 예산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하는지, 박 이사장에게 업무상 횡령의 고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이사장은 직무에 복귀했다. 다만 법원의 결정은 본안 소송의 최종적인 위법성 판단과는 구별되는 집행정지 결정이다.
교육부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이후에도 해임 절차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8월 말 동북아역사재단에 이사회를 소집해 박 이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와 이사회의 해임 의결은 별개의 절차라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교육부가 요구한 9월 4일 이사회 개최가 정관상 절차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재단 정관에는 교육부장관이나 외교부장관의 요청 등이 있을 경우 이사장이 이사회를 소집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일정한 사전 통지 절차도 필요하다.
법적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은 별도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다. 현행 동북아역사재단법은 이사장을 교육부장관의 제청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사회가 재단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장은 재단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교육부가 가진 관리·감독 권한과 재단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는지에 있다. 특히 법원이 직무정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직후 교육부가 별도의 해임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절차의 법적 관계가 향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교육부 수장인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 9월 취임했다. 교육부 공식 약력에 따르면 최 장관은 공주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대천여중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장·수석부위원장,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등을 거쳤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았으며 2025년 9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해임 추진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이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주장으로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관장 인사 문제를 넘어 정부 부처의 관리·감독 권한과 독립 법인의 이사회 권한, 그리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행정 절차에 미치는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법원이 박지향 이사장의 해임 자체를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법원이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별도의 해임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구도이다.
향후 이사회가 실제로 개최될지, 해임안이 상정될지,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본안 소송의 판단에 따라 직무정지 처분과 해임 추진의 법적 근거에 대한 논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특정 인사의 거취를 넘어 정부의 감독 권한과 재단의 자율성, 그리고 법원의 사법적 판단 사이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