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기술자료로 자체 제품 개발하고, 공정위 신고 뒤 거래 끊었다…원사업자 법인에 벌금 2억원 창원지법, 하도급법 위반 혐의 유죄…대표이사도 벌금 2천만원

웨더타이트 댐퍼 도면 자체개발에 활용·케미컬 필터 도면 제3자 제공

하청업체 공정위 신고 이후 “향후 거래 끊을 것”…법원, 보복조치 인정

TJ뉴스 법률분석|하도급 기술탈취와 신고 보복, 왜 중소기업 생존 자체를 흔드는가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로부터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사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다른 업체에 넘긴 데 이어 하도급업체가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자 거래까지 단절한 사건에서 법원이 법인과 대표이사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영업비밀 분쟁이나 계약갈등을 넘어, 수급사업자가 거래 과정에서 제공한 기술자료를 원사업자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하도급법 위반 신고 이후 거래 단절이 언제 ‘보복조치’로 평가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창원지방법원은 2026년 9월 3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주식회사에 벌금 2억원, 대표이사 B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전경


■ 사건의 출발점은 선박용 공조장치 부품


A사는 경남 김해에서 선박용 공기조화장치의 설계·제조·판매업을 하는 회사이고, D사는 부산 강서구에서 같은 분야 사업을 하는 하도급업체였다. 


A사는 2018년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이 발주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들어갈 공기조화장치 제조를 수주한 뒤, 그중 싱글 스킨 커버 타입 웨더타이트 댐퍼 제작을 D사에 재위탁했다. 


웨더타이트 댐퍼는 선외의 공기가 선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파도나 빗물, 안개 등 수분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덕트에 설치하는 장비다.


D사는 제품 사양을 발주사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도면 17장을 A사에 전송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 하청업체 도면을 자체개발 자료에 첨부


판결문에 따르면 A사의 대표이사 겸 회장은 2018년 11월 해당 제품의 자체개발을 지시했다.


이후 직원은 2019년 10월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된 ‘damper & Louver 개발 및 자체 제작 건’ 문건에 D사로부터 취득한 웨더타이트 댐퍼 도면 9장을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이 문건은 부사장, 부회장, 회장까지 순차 결재됐다. 


직원들은 이어 D사 도면을 참고해 수기 도면을 작성하고, 이를 전산화한 초도 도면과 샘플 도면을 만들었다.


2020년 1월 하순에는 자체적인 1차 견본 제품까지 제작했다. 


같은 해 11월 사내 발표대회에서도 D사의 도면과 제품 사진을 발표자료에 첨부하고 제품의 구조적 특성을 설명했다.


법원은 이를 두고 A사가 D사에서 취득한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자기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 케미컬 필터 도면은 경쟁 가능 업체에 전달


두 번째 문제는 제3자 제공이었다.


A사는 러시아 국영 해운기업이 발주한 LNG선용 공기조화장치 제조 과정에서도 일부 부품인 케미컬 필터를 D사에 재위탁했다.


D사는 2018년 10월부터 11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케미컬 필터 도면 4장을 A사에 제공했다.


그런데 2023년 2월 A사 직원은 향후 D사가 아닌 다른 업체 V사로부터 케미컬 필터를 공급받기 위해 V사 대표에게 D사의 도면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CHEMICAL 필터 도면 첨부드리오니 확인 바랍니다. 견적 가능여부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원은 이 역시 D사 기술자료의 부당한 제3자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하청업체는 먼저 내용증명…“도면 사용 중단해 달라”


D사는 2022년 9월 A사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핵심은 A사가 D사와 동일한 구조의 웨더타이트 댐퍼를 생산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제작을 중단하고, D사가 제공한 도면과 기술자료도 더 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률상 구제절차를 신청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사 측은 하도급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고, D사는 같은 해 11월 22일 결국 A사의 기술자료 유용을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리고 신고 약 2주 뒤 상황이 급변했다.


■ 대표이사 “D와 향후 거래 끊을 것”


판결문에 따르면 대표이사 B씨는 2022년 12월 5일 임직원들이 참석한 연간업무보고 회의에서 D사와의 거래 단절을 지시했다.


이튿날 사내 이메일에는 **“12월 5일 발표에 대한 comment 사항입니다. D와 향후 거래 끊을 것”**이라는 문구가 전달됐다. 


그 직후 실제 거래 중단이 이어졌다.


A사 측 직원은 D사가 요청한 룸유닛 판매를 거절했고, 다음 날에는 파이어댐퍼 판매 요청도 거절했다.


법원은 이 일련의 조치를 D사의 공정위 신고를 이유로 수주기회를 제한하고 거래를 정지한 보복조치라고 판단했다.


■ 핵심 쟁점① 도면이 과연 ‘기술자료’였나


피고인 측은 D사가 제공한 도면이 하도급법상 보호받는 ‘기술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가 되려면 일정한 비밀관리성과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돼야 한다.


특히 당시 적용된 법령에서는 기술자료를 합리적인 노력으로 비밀로 유지되고, 영업활동에 유용하며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료로 규정하고 있었다. 


피고인 측은 D사가 도면에 ‘비밀’ 표시를 하지 않았고 관리 수준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법원 “중소업체 현실 고려해야…완벽한 보안시스템까지 요구할 수 없다”


법원은 D사가 기술자료를 NAS 서버에 저장했고, 별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했으며, 담당 업무에 따라 접근권한도 제한했다고 봤다. 


또 D사가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유지하며 문서정보 보호 절차를 운영해온 점도 고려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파일 제공 방식이다.


D사는 원본 CAD 파일이 아니라 PDF로 변환한 파일을 A사에 제공했다.


A사 측이 CAD 파일을 요청했을 때도 D사 관계자는 보안상 제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비록 도면 자체에 명시적인 ‘비밀’ 표시가 없더라도 D사가 도면을 비밀로 관리하려고 노력했고, A사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재판부는 중요한 현실론도 제시했다.


중소 규모의 수급사업자에게 대기업 수준의 완벽한 폐쇄망이나 별도 보안실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다.


즉 중소기업의 규모와 실제 거래관계를 고려해 비밀관리 노력의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 TJ뉴스 법률분석① ‘비밀’ 도장 없다고 보호 못 받는 것 아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기업들은 종종 기술자료마다 ‘대외비’나 ‘Confidential’ 문구가 찍혀 있어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보다 실질적인 접근을 취했다.


법원은 명시적인 비밀 표시가 없더라도 

 

▲접근권한 제한 

 

▲비밀번호 관리 

 

▲원본파일 대신 PDF 제공 

 

▲CAD 원본 제공 거절 

 

▲회사 내부 문서관리 체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비밀관리성을 인정했다.


특히 하도급 거래에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협상력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넘길 수밖에 없는 거래구조라면, 대기업과 똑같은 수준의 비밀유지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 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 핵심 쟁점② 흔한 부품·기술도 ‘조합된 노하우’면 보호 가능


피고인 측은 웨더타이트 댐퍼 도면에 들어간 부품이나 소재, 구조가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어 경제적 유용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D사 도면에는 외형과 수치, 작동원리, 부품 소재와 두께, 상세도, 작업지시, 검사절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 D사의 제품은 싱글 스킨 커버 타입으로 수밀성과 제작비 측면에서 기술적 우위가 있었고, A사 내부자료에서도 이를 참고한 정황이 확인됐다. 


법원이 특히 강조한 것은 ‘개별 기술의 공지 여부’보다 ‘어떻게 조합했는가’였다.


부품 하나하나는 널리 알려져 있을 수 있고 일부 치수는 실측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구 성능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부품과 요소를 조합하는 과정에는 시행착오와 시간, 비용, 경험이 투입된다.


법원은 바로 이 조합된 결과물이 D사의 노하우이고, 다른 사업자가 이를 이용하면 제품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고 봤다. 


■ 케미컬 필터 도면도 “단순 구조라도 경제적 유용성 있다”


케미컬 필터 도면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도면에는 외형과 구조, 수치, 부품 목록과 두께·재질, 차압데이터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덕트 크기에 따른 세부 치수, 유지·보수 공간, 필터 가이드, 커버 핸들, 리프팅 러그 등의 크기와 사양은 D사가 실제 제작 경험을 통해 축적한 부분으로 판단됐다. 


A사 스스로 제3업체에 케미컬 필터 제작을 의뢰하면서 이 도면을 제공했다는 점도 경제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법원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거나 기술적 가치가 높지 않더라도, 타사가 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정도의 정보가 들어 있다면 경제적 유용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 TJ뉴스 법률분석② 기술탈취는 ‘복제했느냐’보다 ‘개발비용을 절감했느냐’가 중요


이번 판결은 기술자료 유용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시사점을 준다.


원사업자가 하청업체 제품을 100% 똑같이 복제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도면을 참고함으로써 시행착오와 개발비용을 줄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제품이 일부 다르더라도 기존 하청업체의 설계와 노하우를 개발과정의 출발점으로 활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A사 제품과 D사 제품은 일부 구조와 형상에 차이가 있었지만, 법원은 여러 요소에서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하고 실제 내부 개발자료에 D사 도면이 사용됐다는 점을 중시했다. 


중소 기술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판단이다.


기술의 가치는 최종 완제품 한 장의 도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험, 제작경험이 압축된 정보 전체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핵심 쟁점③ 신고 이후 거래 단절, 정말 ‘보복’이었나


보복조치 부분에서 피고인들은 공정위 신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거래중단은 D사를 경쟁업체로 인식했기 때문이지 신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도급법상 보복조치가 인정되려면 신고행위와 거래중단 등 불이익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그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신고 시점과 불이익 조치 시점의 간격, 과거 거래관계, 다른 업체와의 거래내용, 발주량 변화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표이사가 신고 사실을 ‘확정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직접 증거가 없어도, 여러 정황을 통해 인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 신고 전에는 1억2천만원 넘게 발주…신고 뒤 전면 중단


법원이 주목한 정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D사는 2022년 9월 내용증명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A사는 이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A사는 2022년 11월까지 D사에 4차례에 걸쳐 합계 1억2천만원 이상의 발주를 했다.


즉 내용증명이나 법적 조치 예고만으로 거래를 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D사가 11월 22일 공정위에 실제 신고한 뒤 12월 5일 대표이사의 거래 단절 지시가 내려졌고, 불과 수일 만에 여러 거래가 일괄 중단됐다.


법원은 이러한 시간적 흐름을 근거로 실제 공정위 신고가 거래단절의 계기가 됐다고 강하게 추단했다.

 
■ “경쟁업체라 끊었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피고인 측은 D사가 해경 경비정 관련 입찰에서 수주한 이후 경쟁업체로 인식했기 때문에 거래를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에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입찰은 2022년 2월에 있었는데, 정말 그것이 거래단절의 원인이었다면 이후 약 8개월 동안 얼마든지 거래를 줄일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A사의 연간 매출액은 D사의 거의 100배에 달했고, 일부 품목에서는 D사가 생산인증조차 보유하지 않아 실질적 경쟁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재판부는 단순한 경쟁관계만으로는 점진적 축소가 아닌 ‘전면적인 거래정지’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TJ뉴스 법률분석③ ‘신고한 순간 거래 끊겠다’는 구조가 왜 위험한가


하도급법이 보복조치를 별도로 금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 비해 거래상 지위가 약한 경우가 많다.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당하거나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더라도 신고 이후 거래가 끊길 것을 두려워하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단순히 기술탈취 자체만 처벌해서는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신고하면 거래가 끊긴다”는 공포를 제거해야만 실제 신고와 권리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거래중단 시점과 과거 발주관계, 전면적 단절 여부를 세밀하게 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법원 “엄중히 처벌하지 않으면 약자인 수급사업자 도태될 위험”


양형 이유에서 재판부는 상당히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원사업자 지위에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수급사업자가 공정위에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거래를 중단한 행위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런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지 않으면 약자의 지위에 있는 수급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기 어렵고 오히려 도태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사가 전면적인 거래정지로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반영됐다.


다만 대표이사 B씨가 초범이고, 케미컬 필터 도면 제3자 제공만으로 D사에 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 법인 2억원·대표 2천만원…법률 적용은 어떻게 됐나


A사에는 기술자료 유용과 기술자료 제3자 제공, 보복조치 금지 위반이 모두 인정됐다.


대표이사 B씨에게는 보복조치 금지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


법원은 각각 구 하도급법 및 현행 하도급법 관련 조항을 적용했다. 


그 결과 A사에는 벌금 2억원, B씨에게는 벌금 2천만원이 선고됐다. 


■ TJ뉴스 법률분석④ 대기업·원사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료 사용 경계선’ 관리


이번 사건은 원사업자 입장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하도급업체로부터 도면이나 기술자료를 제공받는 것 자체는 거래과정에서 흔히 발생한다.


발주자의 승인, 품질검사, 생산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 자료를 왜 받았는지다.


발주 승인을 위해 받은 자료를 자사 제품 개발이나 경쟁업체 견적 의뢰에 사용하는 순간, 자료 제공 목적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따라서 원사업자는 기술자료를 받을 때부터 

 

▲제공 목적 

 

▲사용 범위 

 

▲열람권한 

 

▲제3자 제공 여부 

 

▲반환·폐기 절차 등을 명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처럼 내부 개발보고서에 하청업체 도면을 그대로 첨부하고 이를 참고해 제품을 개발했다면 사후에 “단순 참고였을 뿐”이라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 TJ뉴스 법률분석⑤ 중소기업은 기술자료 제공 흔적을 반드시 남겨야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도 이번 판결은 실무적 의미가 크다.


기술자료를 원사업자에게 제공할 때는 가능하면 

 

▲비밀 또는 대외비 표시 

 

▲PDF 등 편집 제한 형식 

 

▲비밀번호 설정 

 

▲제공 목적 명시 

 

▲제3자 제공 금지 

 

▲이메일·공문을 통한 전달기록 

 

▲CAD 원본 제공 거절 기록 등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D사가 원본 CAD 파일 제공을 거절하면서 보안상 제출 불가라고 명시한 이메일이 비밀관리성을 인정받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즉 복잡한 보안시스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자료를 비밀로 관리하고 있었다”는 객관적 흔적을 지속적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 기술자료 보호는 결국 ‘공정한 경쟁’의 문제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 보면 선박 공조장치 부품 도면을 둘러싼 기업 간 분쟁이다.


하지만 법원이 양형 이유에서 강조한 것은 더 넓은 문제였다.


수급사업자가 개발한 기술을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흡수하고, 문제를 제기하자 거래까지 끊어버릴 수 있다면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에 투자할 이유를 잃게 된다.


기술개발 비용은 수급업체가 부담하고, 성과는 원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되면 산업생태계 전체의 혁신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도급법이 기술자료 유용과 보복조치를 함께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하청업체가 납품을 위해 제공한 기술자료는 원사업자의 ‘무료 개발자료’가 아니며, 문제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거래를 끊는 것도 정상적인 거래상 판단으로 포장될 수 없다.


특히 조선·해양산업처럼 대형 원청기업과 다수의 전문 부품·기자재 업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산업에서는 기술자료 보호가 개별 기업의 권리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공정한 경쟁과 기술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이번 판결이 향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기술자료 관리, 하도급 분쟁 대응, 공정위 신고 이후 거래관계 처리에 중요한 참고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 이 기사는 창원지방법원이 2026년 9월 3일 선고한 2025고단2760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위반 판결문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TJ뉴스가 기술자료의 비밀관리성·경제적 유용성, 부당한 기술자료 유용, 제3자 제공, 공정위 신고에 대한 보복조치의 판단기준 및 중소기업 기술보호의 산업적 의미를 추가 분석해 독자적으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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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08 13:00 수정 2026.09.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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