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골퍼 고인성이 법무법인 대련과 공식 법률 파트너 협약을 체결했다. 한 명의 선수를 위한 법률자문에 머무르기보다 프로선수가 경기 안팎에서 마주하는 계약과 권리관계, 각종 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프로 인재 육성과 골프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법률 가이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이번 협약의 골자다.
“필드 위, 모든 챌린지. 고인성의 굿샷 시작합니다.”
골프에서 굿샷은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완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한 번을 위해 선수는 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한다. 프로의 커리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갤러리에게 보이는 것은 티잉 구역에 선 선수와 스코어지만, 그 뒤에는 출전권을 얻기 위한 경쟁과 훈련, 스폰서와의 계약, 매니지먼트, 광고와 행사, 세무, 해외 일정, 협회와 대회의 규정 등 수많은 선택이 겹쳐 있다. 프로 고인성 역시 그 과정을 오래 통과해 온 선수다. 2013년 KPGA 투어 QT를 거쳐 2014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그는 이후 투어와 시드 경쟁을 반복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는 태국에서 40일간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쇼트게임과 멘탈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등 다시 투어를 준비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다음 시즌에도 필드에 설 수 있는가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조건이 아니다. 한 시즌이 끝나면 다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야 하고, 경기력만큼이나 선수 생활을 둘러싼 여러 판단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번 협약이 단순한 기업 후원이나 광고 모델 계약과는 다른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고인성은 자신의 선수 생활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프로가 골프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경기력이지만, 막상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 경기 밖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며 “처음에는 계약서 한 장이나 스폰서와의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수 생활이 길어질수록 그런 결정 하나하나가 결국 자신의 커리어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 선수들에게도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계약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자신의 사진이나 이름이 어디까지 사용될 수 있는지, 대회나 협회의 규정 가운데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번 파트너십이 저 개인을 보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런 정보를 정리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8번 홀에서 끝난 경기, 프로에게는 필드 밖 해저드가 필요해….”
프로스포츠와 법률의 접점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상적이다. 선수가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사와 관계를 맺을 때는 계약이 필요하고,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 스폰서십의 권리와 의무가 생긴다. 광고나 행사에 참여하면 출연조건과 보수뿐 아니라 선수의 이름·사진·영상 등을 어느 매체에서 얼마 동안 사용할 것인지도 따져야 한다. SNS와 개인 미디어의 성장으로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선수는 경기자인 동시에 광고의 주체이자 콘텐츠 생산자가 됐다. 자신의 경기 영상을 활용하거나 제품을 소개하고, 다른 사람이 촬영한 사진을 게시하는 과정에서도 저작권과 광고 관련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유명 선수가 아니더라도 선수의 성명과 얼굴, 이미지가 경제적 가치를 갖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권리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또한 도핑과 경기단체 규정은 계약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선수 생명과 맞닿아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도핑방지규정 위반에 따라 경기결과 실효와 메달·점수·상금 몰수, 일정 기간 자격정지 등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치료를 받거나 의약품을 복용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KPGA 역시 투어 구성원의 경기 안팎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승부·스코어 조작과 불법 스포츠베팅 같은 경기 공정성 문제뿐 아니라 금품수수, 청탁, 협박, 폭행 등 다양한 행위가 선수 생활과 연결될 수 있다. 결국 스포츠 법률의 역할을 ‘선수가 사고를 치면 변호사가 해결해주는 것’ 정도로 이해하기에는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
좋은 샷을 만들기 전에 코스의 해저드와 바람을 읽듯, 선수 생활에서도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조건을 살피고, 자신의 권리가 어디까지 허용됐는지 확인하며, 적용받는 규정을 사전에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률이 필요한 순간은 분쟁이 벌어진 뒤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고인성과 법무법인 대련(대표변호사 김범식)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선수·에이전시·스폰서 계약 검토 ▲대회 및 행사 운영 관련 법률지원 ▲성명·초상 등 선수의 인격표지와 콘텐츠 관련 권리 보호 ▲저작권 및 IP 분쟁 예방 ▲SNS·미디어 활동에 따른 법률 리스크 ▲스포츠 규정 및 징계 절차 ▲도핑 관련 규정의 사전 확인 ▲해외 활동과 엔터테인먼트 계약 등으로 협력 의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고인성이 실제 선수 생활에서 경험하거나 주변 선수들을 통해 접해 온 어려움을 토대로 신인·차세대 프로들이 놓치기 쉬운 법률문제를 정리하는 작업도 검토한다. 이는 스포츠산업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는데 오늘날 프로선수의 활동 무대는 경기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골프선수가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하고, 자신의 SNS를 운영하며, 브랜드와 협업하고, 직접 레슨이나 콘텐츠 사업에 참여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광고, 미디어 산업의 경계가 옅어질수록 선수 한 사람을 둘러싼 계약과 권리관계 역시 복합적으로 변한다. 그만큼 경기력 관리와 별개로 커리어 관리라는 또 하나의 영역이 필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대련 김범식 대표변호사는 “프로선수에게 계약서와 규정은 또 하나의 코스와 비슷하다. 해저드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플레이한다고 해서 그 위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변호사가 선수 대신 스윙할 수는 없지만, 선수가 자신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 밖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협업의 출발점을 유명 선수의 법률관리보다 성장하는 선수의 예방적 법률지원에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련과 고인성 프로는 “이미 분쟁이 발생한 뒤 법정에서 다투는 것도 법률대리인으로 필요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 한 문장을 살피거나 규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선수의 몇 년을 지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고인성 프로의 현장 경험과 법률가의 시각을 결합해 후배 선수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를 하나씩 만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세상 모든 1%, 프로를 위해”
고인성은 이번 협약을 자신의 새로운 도전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오랜 시간 투어의 치열한 경쟁을 경험한 선수가 이제 자신의 경기뿐 아니라 뒤따라오는 선수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프로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고 프로는 “골프에서 굿샷이라는 결과만 보면 그 순간은 몇 초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수많은 준비가 있다”며 “선수 생활도 비슷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대신 싸워주는 관계를 넘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련 역시 고인성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스포츠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콘텐츠 등 개인의 이름과 이미지,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자산이 되는 영역에 대한 법률지원 경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