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꿈 접은 야구소년, 회계사가 되다…최현준의 ‘두 번째 꿈’

고교까지 프로야구 꿈꿨지만 인대 파열로 수술·재활 끝에 선수생활 접어

방황과 야구코치 생활 거쳐 대학 편입…군 대체복무 중 공인회계사 도전 결심

공부 시작 3년 만에 2026년 CPA 최종 합격…다음 꿈은 ‘스포츠산업 전문 회계사’

 

한때 그의 꿈은 프로야구 선수였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공을 잡았고, 고등학교까지 선수로 뛰었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도, 힘든 경기 일정도 그에게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그런 최현준 씨(28)가 2026년에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공인회계사(CPA). 2026년도 제61회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야구밖에 모르던 소년이 오랜 방황과 새로운 도전 끝에 회계사가 된 것이다.

 

4,368명 응시해 1,150명 합격…그 명단에 이름 올린 최현준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1일 2026년도 제61회 공인회계사 제2차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27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진 제2차시험에는 4,368명이 응시했고, 이 가운데 1,150명이 최종 합격했다. 합격률은 26.3%로 전년 27.9%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응시자 평균점수도 57.4점으로 집계됐다. 올해 제2차시험 최소선발예정인원 역시 1,150명이었다. 쉽지 않은 경쟁을 뚫고 최종 합격한 1,150명 가운데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합격자가 있다.

 

고등학교까지 야구선수로 뛰었던 최현준 씨다. 그에게 이번 합격이 더욱 특별한 것은 단순히 어려운 시험 하나를 통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이곳까지 오는 길에는 한 번의 큰 좌절과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인대 파열, 수술과 재활…끝내 접어야 했던 프로야구의 꿈

최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선수로 성장했다. 고등학교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프로야구 선수. 그러나 선수생활 도중 찾아온 인대 파열 부상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수술을 받았고 재활에도 매달렸다. 선수로 계속 뛰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지만, 수술과 재활을 거친 뒤에도 이전과 같은 선수생활을 이어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오랫동안 품었던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삶의 대부분을 야구장에서 보낸 선수에게 야구를 그만둔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가 사라지는 일이었다. 그에게도 방황의 시간이 찾아왔다.

 

야구를 떠나지 못해 초등학생 코치도

선수의 꿈을 접은 뒤에도 야구는 쉽게 그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뚜렷하게 정하지 못했던 시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던 야구를 살려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코치 생활도 해봤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야구를 가르쳤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오랫동안 하나의 꿈만 보고 달려온 사람에게 새로운 목표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야구장에서는 다음 훈련과 다음 경기가 정해져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인생에서 어디가 다음 베이스인지 스스로 정해야 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최 씨는 결국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다시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정읍 인상고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802309

 

야구장 대신 책상 앞으로…대학 편입으로 다시 시작

최 씨는 대학 편입에 도전했다. 오랫동안 운동장에서 생활했던 그에게 다시 책을 펴고 공부하는 일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러나 야구선수로 살아온 시간은 결코 사라진 시간이 아니었다.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야 실력이 만들어진다는 것, 당장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 날 다시 훈련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루의 성과보다 매일 쌓이는 시간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그는 이미 선수생활을 통해 알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몸으로 배웠던 반복과 인내, 자기관리가 조금씩 공부하는 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군 대체복무 기간, 그의 인생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군 대체복무 중 세운 새로운 목표 ‘공인회계사’

대체복무를 하면서 최 씨는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운동선수의 길을 떠난 뒤 무엇을 전문 분야로 삼고 살아갈 것인가.

그 고민 끝에 선택한 목표가 공인회계사였다.

 

야구선수를 준비했던 사람에게 회계사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회계학과 세법, 재무관리 등 익혀야 할 분야도 많았고 장기간의 공부가 필요한 시험이었다. 하지만 목표가 정해지자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체복무 기간부터 회계사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복무를 마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에 뛰어들었다. 예전에는 하루의 훈련량을 채웠다면 이제는 하루의 공부량을 채웠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보고, 틀린 문제는 다시 풀었다. 야구선수 시절 하나의 동작을 몸에 익힐 때까지 수없이 반복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책상 앞에서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약 3년,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2026년도 제61회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 오랫동안 꿈꿨던 프로야구 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자신이 새롭게 선택한 두 번째 도전에서는 끝내 목표를 이뤄냈다.

 

야구와 회계사시험,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닮아 있었던 이유

야구와 회계. 한쪽은 운동장이고 다른 한쪽은 책상이다. 겉으로 보면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 씨가 지나온 시간을 보면 두 세계는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하루아침에 실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구에서는 수없이 반복한 훈련이 한 경기에서 결과로 나타난다. 공부 역시 매일 풀었던 한 문제, 이해하지 못해 다시 펼쳐본 책 한 페이지가 쌓여 시험장에서 결과가 된다.

 

부상과 재활까지 견뎌본 선수생활의 경험도 긴 수험기간을 견디는 힘이 됐다. 한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의 끝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자신의 삶을 통해 배우게 됐다. 프로야구라는 첫 번째 꿈의 좌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공인회계사 최현준도 없었을지 모른다.

 

합격했지만 그의 시선은 다시 ‘스포츠’를 향한다

공인회계사 합격은 최 씨에게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그가 앞으로 꿈꾸는 분야는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과 연결돼 있다. ‘스포츠산업 전문 회계사.’ 프로스포츠 구단과 스포츠 관련 기업, 선수와 에이전시를 비롯해 스포츠산업이 성장하면서 회계·재무·세무 분야의 전문성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최 씨는 앞으로 회계사로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충분히 쌓은 뒤 자신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스포츠와 회계를 연결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그리고 있다. 멀리 돌아왔지만 그의 시선은 결국 다시 스포츠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선수로 그라운드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았다면, 이제는 회계전문가라는 새로운 위치에서 스포츠산업을 바라보려 한다.

 

마운드에서는 내려왔지만, 꿈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꿈을 이루는 것을 처음 선택한 길의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현준 씨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다. 인대가 파열됐고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거치며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결국 야구선수의 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방황했고, 초등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코치도 해봤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 편입했고, 군 대체복무 기간에는 자신의 두 번째 목표를 정했다. 공인회계사. 그 목표를 향해 다시 3년을 달렸고, 2026년 4,368명의 제2차시험 응시자 가운데 최종 합격한 1,150명 중 한 사람이 됐다.

 

이제 그의 앞에는 세 번째 목표가 있다. 스포츠산업 전문 회계사. 어린 시절 꿈꾸던 모습처럼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와 함께 보낸 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로 보낸 시간과 좌절, 부상과 재활, 그리고 다시 시작했던 경험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마운드에서는 내려왔다. 하지만 그날, 꿈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최현준은 회계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그 마운드를 바라본다. 한때 그곳에서 선수의 꿈을 꾸었던 야구소년은 이제 스포츠산업을 이해하는 전문 회계사라는 또 다른 꿈을 향해 새로운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그의 세번째 꿈을 응원한다.

 

작성 2026.09.02 09:44 수정 2026.09.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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