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다율동 ‘책먹는 수학농장 수학교습소’ 이소연 대표 "25년 입시교육 경험을 ‘수학 문해력’ 교육에 담다"

AI 시대를 맞아 교육 현장에서도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학 교육에서는 반복적인 문제풀이와 선행학습을 넘어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수학 문해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독서와 탐구,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수학과 연결해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교육 방식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도 파주시 다율동 ‘책먹는 수학농장 수학교습소’ 이소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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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먹는 수학농장 수학교습소] 내부 모습    

 

 

Q. 귀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25년간 중·고등 입시수학을 가르치며 수많은 제자들의 성장을 지켜봤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확인한 것은, 수능 성적표나 대학 이름보다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힘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수업을 의뢰하는 학생들의 연령이 눈에 띄게 어려졌고, 아이들의 수학적 흥미나 이해도와는 상관없이 과도한 선행이나 고난도의 문제풀이를 요청하시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의 수학 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SNS와 주변에 떠도는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과 학습량에 초점을 맞추어 수학 교육을 진행하시는 모습도 자주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이제 학령기에 접어든 내 아이에게 수학 강사로서 나는 어떤 수학 교육을 제공해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AI의 등장으로 사회의 변화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아닌 주도적으로 문제를 탐색하고 깊이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학 입시 역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는 단순 지식 평가방식에서 정확히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논술·구술 평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제 교사의 역할도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티칭에서,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대안을 모색하도록 돕는 코칭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수학에서 생각하는 힘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수학은 아이들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씨름할 때 실력이 성장하며 긴 노력 끝에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을 얻으며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때 고민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책입니다. 독서는 흥미 위주의 교구나 디지털 도구와는 달리 스스로 이해하려는 노력의 과정이 있어야만 주어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사고의 도구입니다. 동시에 독서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여러 분야와의 융합이 가능하며, 추상적 개념을 스스로 도식화해 내는 작업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답은 수학 도서였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고민하는 도구로 책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푸는 데에만 사고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읽고 확장해 문제 해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며 참여하는 교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수학도 결국 언어입니다. 개념을 읽고, 문제를 읽고, 논리적으로 해결하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일 전부가 언어의 영역입니다. 해설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풀고도 그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수학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책먹는 수학농장’이라는 이름은 책을 통해 씨앗이 뿌려지고 성장하는 교육을 의미합니다. 제 아이들에게 꼭 제공하고 싶은 수학 교육을 ‘책먹는 수학농장’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Q. 귀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책먹는 수학농장은 4년 통합과정으로 운영됩니다. 수학 농장 콘셉트로, 각 과정의 명칭을 초등교육 입문용 봄과정, 본과정인 여름1·여름2 과정, 초등 수학 마무리 가을과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매달 국공립 초등 교과과정을 기초로 주제를 바꾸되, 수업 방식은 국제학교식 탐구수업으로 진행하여 수학 문해력과 생각하는 힘을 함께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 세기를 반복시키는 대신, 숫자가 생겨나게 된 이유와 다양한 수의 역사 등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수의 기능과 역할을 자연스럽게 이해합니다. 지식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생각을 끌어내는 질문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고 의견을 나누는 연습을 합니다.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주제의 수학 도서를 읽고 이해한 뒤, 관련된 활동들을 통해 개념을 확장하고 융합적 사고력을 키웁니다. 마지막에는 난이도 있는 소수의 문제를 놓고 충분히 몰입하여 친구들이 함께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풀이를 설명하며, 모든 학생들이 고루 참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수업을 지향합니다.

 

또한 실생활과 연관된 주제를 활용해, 우리가 배우는 수학이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 흔하게 사용되고 실제로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하고자 합니다.

 

 

Q. 귀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첫째, 수학 교재가 아닌 수학 도서를 활용합니다. 스토리텔링 개념의 도서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도 읽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이해하기 쉽게 도와줍니다.

 

둘째, 소수의 아이들이 주제에 맞는 탐구활동을 진행합니다. 수학 교구에 한정하지 않고 민화·명화·음악·과학 등 다양한 융합 재료를 수업과 연결합니다. 지난 수업에서는 조선시대 민화 「십장생도」를 함께 관찰했습니다. 질문의 시작은 관찰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림 속 거북이를 찾고 학을 세어본 뒤, 그림을 보며 직접 질문을 만들어냈습니다.

 

착시 그림을 활용한 수업에서는 어느 선이 더 길어 보이는지 살펴보고, 결과를 확인할 방법에 대해 토론한 뒤 자로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수학이 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학문인지를 경험을 통해 깨닫도록 합니다.

 

셋째, 혼자 문제를 풀고 끝내거나 속도를 다투는 수업이 아니라 참여하는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을 지향합니다. ‘수다스러운 수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서로 돕고 의견을 나누면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넷째, 4년 통합과정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 기간으로 4주간의 겨울과정을 진행합니다. 개념적 질문하기와 비경쟁 토론, 수학 문해력, 발표하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입니다.

 

다섯째, 매주 학부모님께 상세한 수업 피드백을 보내드립니다. 교육 관련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소통할 예정이며, 학부모 독서모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귀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개원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함께한 시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개원 전 진행했던 설명회 특강 수업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 시간 반 넘게 진행했는데, 어머님과 아버님들께서 “오랜만에 즐거운 공부였다”며 저보다 더 열심히 참여해 주셨습니다.

 

평소 아이들과 주고받는 많은 질문의 과정이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시작임을 직접 경험하신 뒤 “머릿속에 집어넣는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좋았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 같다” 등의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수업이 한 주 한 주 진행되면서 여러 학부모님께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 와서 뭐가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수업이 너무 재미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더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설명회에서 학부모님들께 “수학 문제에는 정답이 존재하지만 풀이 과정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아이들이 틀릴까 봐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인데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이유는 일방적으로 듣는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에서 오는 몰입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아이들에게 자기효능감과 성취감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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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먹는 수학농장 수학교습소] 내부 모습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우선 완성도 높은 커리큘럼과 유아·초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유아부 정규 12개월 과정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와 성취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깊이 있는 수학 교육을 통해 학업 성취도까지 함께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수학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아이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러한 교육 목표가 충분히 성취되었을 때 시스템을 확장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나아가 중등과정에 필요한 교육 시스템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12년을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친구들과 경쟁하며 많은 것을 포기하는 아이들의 노력이 입시를 위한 교육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교육의 패러다임은 이미 변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배움이 단순히 대학 입시를 위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힘을 기르는 과정이길 바랍니다. 성실함과 꾸준함,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힘 역시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사람만이 가진 능력은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책먹는 수학농장이 수학 문해력과 탐구·토론 수업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지 발달 과정에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논리력, 사고력이 크게 발달하는 시기는 적어도 초등 고학년에서 중등 무렵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아이가 책을 읽고 충분히 생각하며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습관화하기 좋은 시기는 유아·초등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쌓인 사고의 경험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반드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이것이 25년간 해오던 입시교육을 잠시 접어두고 작은 교습소의 문을 연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많은 파주 운정에서, 수많은 입시학원 사이에서 아이들의 노력과 시간이 의미 있는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책먹는 수학농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선생님은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어른이었어. 컴퓨터도 공부하고 건축도 공부했지만, 학생들과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것도 좋아했단다. 어느 날 훌쩍 세계여행을 떠나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도 했고, 지리산이 좋아 산골짜기에 머물며 시골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지. 지금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너희와 함께 책을 읽으며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하고 있어.

 

세상에는 너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일들이 있고, 너희가 가진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단다. 그러니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느끼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충분히 찾아보길 바라.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책은 좋은 친구가 되어준단다.

 

수학도 마찬가지야. 문제를 빨리 풀고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오래 고민해 보는 경험이 훨씬 중요하단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 시간을 견디는 힘과 다양하게 고민해 본 경험이 결국 너희를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다줄 거야.

 

 

백태현 기자 .
작성 2026.08.31 16:47 수정 2026.08.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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