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살아있는 정취, 수유재래시장을 걷다

60년 전통, 강북 최대 시장에서 만나는 서울의 진짜 얼굴

"시장에서 사지 못할 것이 없다"— 60년 세월이 빚어낸 강북 최대 전통시장

서울 강북구 수유동, 지하철 4호선 수유역과 미아사거리역 사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도시의 소음이 순식간에 활기찬 사람 냄새로 바뀐다. 1966년 문을 연 수유재래시장은 어느덧 개장 60년을 앞둔 서울 시내 5대 전통시장 중 하나로,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기자가 취재차 여러 차례 발걸음을 옮기며 느낀 것은, 이곳이 단순한 '옛날 시장'이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진화해온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3개의 시장이 하나로, '수유마을시장'

수유재래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규모와 다양성에 있다. 건물형 상가인 '수유시장', 골목형인 '수유전통시장'과 '수유재래시장'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어, 통합 브랜드 '수유마을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거대한 상권을 이룬다. 세 시장을 합치면 수백여 개의 점포가 촘촘히 들어서 있어, 반나절을 잡고 돌아도 다 둘러보기 벅찰 정도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골목마다 색깔로 도로를 구분하고 입구마다 상호를 큼직하게 적어두어, 길을 잃을 걱정 없이 원하는 점포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각 출입구는 한옥의 처마선을 형상화하거나 자연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어, 시장 초입부터 정성 들인 손길이 느껴진다.

 

싱싱함이 곧 자부심, '먹거리의 시장'

수유재래시장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면 단연 '먹거리를 위한 시장'이다. 수산물 코너에는 다양한 어종이 신선함을 뽐내며 진열돼 있고, 제철 꽃게와 소라 같은 갑각류, 손질까지 마친 반건조 생선까지 갖춰 요리 초보자도 부담 없이 장을 볼 수 있다. 정육·야채·과일 코너를 지나면 이미 완성된 반찬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먹음직스러운 색과 냄새만으로도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외에도 생활용품점, 수입상품점, 오래된 가구와 나전칠기 공예품을 취급하는 점포, 반려동물 용품점, 약국과 가전 대리점까지 들어서 있어 '이 시장에서 못 구하는 것이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편리해진 장보기, 외국인 여행자도 부담 없이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불편할 거라는 생각은 이제 접어도 좋다. 정육·생선·야채·간식을 한 번에 묶어 배달까지 해주는 비대면 장보기 서비스가 도입되어, 무거운 짐을 손에 들지 않고도 시장의 신선함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훌륭하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인근에 자리해 있고, 수십 개 노선의 시내버스와 심야버스까지 지나는 교통 요지라 서울 어디서든 큰 무리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이만한 매력이 없다. 화려하게 정돈된 관광지형 시장과 달리, 이곳은 서울 서민들의 진짜 삶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좌판 위 형형색색 반찬과 활어, 상인들의 정겨운 흥정 소리, 골목 곳곳의 먹거리 노점은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서만 보던 '진짜 한국'을 체험하게 해준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수유시장 장보기'를 검색하면 상품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채널도 마련돼, 시장에 오지 못하는 이들도 그 손맛을 배송받아 즐길 수 있다.

 

상인과 지역이 함께 만드는 문화 공간

수유재래시장의 또 다른 저력은 '사람'에 있다. 시장 안에는 '수유 마을 작은 도서관'이 자리해, 장을 보러 온 주민과 상인이 함께 책을 읽고 인문학 강좌를 듣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매년 열리는 '수유마을시장 넘실축제'에서는 상인과 지역 주민이 함께 공연을 꾸미며 시장 전체가 축제의 무대로 변신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숨 쉬는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난 셈이다.

 

작성 2026.08.10 15:43 수정 2026.08.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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