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지방의회법 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자치입법권과 조직·예산의 독립, 책임성까지 함께 제도화해야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 주) 박동명 법학박사는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조례·예산·행정사무감사 등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지원했다. 현재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지방자치와 지방의회, 공공정책 분야의 연구와 정책 제언을 이어가고 있다.




1991년 지방의회가 다시 출범한 지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며, 행정사무감사와 조사를 통해 집행기관을 견제하는 주민대표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 규모, 정책의 복잡성은 크게 확대됐지만 이를 감시할 지방의회의 법적·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이제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과 조직·인사·예산, 전문인력, 윤리와 책임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지방의회법」을 제정해야 한다.


헌법 제118조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지방의회의 조직과 권한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행정기관의 부속기구가 아니라 헌법이 설치를 예정한 주민대표기관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 관련 규정은 「지방자치법」과 시행령, 관련 법령, 조례와 의회규칙 등에 흩어져 있다.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단체 전체를 규율하는 기본법이라면, 「지방의회법」은 그 안에서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운영·책임을 구체화하는 법률이 될 수 있다. 두 법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이다.


필자는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조례안과 예산안 심사, 행정사무감사와 각종 정책 현안을 실무적으로 지원한 경험이 있다. 의정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지방의회의 책임에 비해 입법·조직·인력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집행기관에는 분야별 전문부서와 많은 공무원이 있다. 반면 지방의회는 제한된 인력으로 방대한 조례안과 예산사업을 검토하고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 의회는 주택·교통·복지·도시계획·환경·공기업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정책을 다룬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의원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집행기관과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2020년 전부개정되어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이라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의회 사무직원의 임면·교육·복무·징계 등을 지방의회 의장이 처리하도록 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그러나 인사권 독립만으로 지방의회의 독립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인사권은 의회로 넘어왔지만 사무기구의 조직과 정원, 직급과 전문인력 운용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에서 둘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의회법에는 자치입법권 강화가 핵심적으로 담겨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지역의 문제를 주민과 주민대표가 스스로 결정하는 데 있다. 그 결정의 법적 수단이 조례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돼도 국가법령의 지나치게 세밀한 규율이나 위임의 한계 때문에 조례로 제도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과 농촌지역의 주거 문제가 같을 수 없고, 인구감소지역과 대도시의 청년정책도 동일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하나의 기준으로 전국의 다양한 지역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 하면 지방의회는 정책을 설계하는 기관이 아니라 중앙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헌법상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원칙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이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거나 국가법령이 지역의 세부사항까지 과도하게 규율하는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 국가가 반드시 통일적으로 규율해야 하는 사항 외에는 지방의회가 지역 특성에 맞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자율적 입법 공간을 넓혀야 한다.


주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하거나 형벌을 부과하는 영역에서는 법률유보원칙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기본권 보호를 이유로 지방의회의 모든 창의적 입법을 중앙정부의 위임에 종속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이 먼저 결정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다.


조직과 인력의 자율성도 확대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규모와 인구, 예산, 행정수요에 따라 전문위원과 정책지원인력을 합리적으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위원과 정책지원관의 역할도 명확히 구분해 조례안 검토, 예산·결산 분석, 행정사무감사, 대규모 투자사업과 지방공기업 평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의회 예산의 독립성도 필요하다. 지방의회가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산정해 요구하고, 단체장이 이를 감액하려는 경우에는 의장의 의견을 듣고 감액 사유를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의회 예산 역시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과평가를 받아야 한다.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권도 실질화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는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지방공기업·출자·출연기관·민간위탁기관에 대한 정보 접근권도 강화해야 한다. 중대한 위법·부당 행정에 대해 일정한 요건 아래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과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법이 지방의원의 권한만 늘리는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겸직과 영리행위, 이해충돌,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윤리심사와 징계절차를 더욱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 회의 출석과 표결 결과, 업무추진비와 의회 경비도 주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한 지방의회란 특권이 많은 의회가 아니라, 권한이 큰 만큼 더 엄격하게 책임지는 의회이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의회를 주민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법이 아니다. 집행기관으로부터는 독립시키되 주민에게는 더욱 가까이 가고, 더욱 무겁게 책임지도록 만드는 법이어야 한다.


지방소멸, 초고령사회, 돌봄, 기후위기, 청년 일자리, 인공지능 전환 등 지역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지역의 권한이 커질수록 그 권한을 감시할 지방의회도 강해져야 한다.


필자가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으로 의정 현장을 경험하며 확인한 것도 같다. 지방의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권한이 아니다. 주민의 요구를 조례로 제도화할 자치입법권, 정책과 예산을 분석할 전문성, 잘못된 행정을 견제할 수단, 그리고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이다.


강한 단체장에는 강한 지방의회가 필요하다. 


자치입법권과 조직·인사·예산의 독립성, 전문성과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하나의 법체계로 묶는 「지방의회법」 제정은 더 이상 선택적 과제가 아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책임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국회가 시급히 답해야 할 시대적 입법 과제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법인)선진사회정책연구원  및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저서>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공저) 등 다수

작성 2026.08.07 10:07 수정 2026.08.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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