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기사>
설치 기록도 없이 고객 책임 추정…소비자 "설치한 사람은 KT, 왜 내가 책임져야 하나"
KT가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사용해 온 사무실 전화기에 대해 "고정장치(베이스 유닛)가 없어 통화가 불가능하다"며 고객 책임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는 설치와 장비 구성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 없이 책임을 전가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와 정식 민원을 검토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전화기는 KT가 설치한 이후 10년 이상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해 왔다. 최근 통화가 되지 않아 KT에 고장 신고를 했고, 현장을 방문한 기사는 "고정장치가 없어 통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고정장치가 무엇인지조차 처음 들었다"며 "일반 소비자는 통신장비 전문가가 아니다. KT가 설치해 준 상태 그대로 사용했을 뿐인데, 갑자기 고정장치가 없으니 고객 책임이라는 취지로 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KT의 설명 자체였다.
KT는 "고정장치가 없으면 통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전화기가 지난 10여 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KT의 설명대로라면 고정장치는 분명 존재했어야 한다"며 "언제, 어디에 설치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고객이 없앴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고장 신고 이후의 대응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현장을 방문한 KT 기사는 "고정장치가 없어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설명만 반복하며, 자신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그냥 돌아가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기사는 고객센터 담당자와 통화를 연결해 주었다.
그러나 고객센터 담당자 역시 기사와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A씨는 "우리는 KT에 전화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용요금을 납부해 왔을 뿐인데 왜 이런 식으로 처리하느냐"고 항의했고, 담당자는 다시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약 1시간 뒤 박상호 과장이라고 밝힌 KT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지만, A씨는 "과장 역시 기사와 고객센터 상담원과 같은 설명만 반복했다"며 "고정장치가 언제 어디에 설치됐는지, 왜 고객이 제조사를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은 사후 조치였다.
KT는 A씨에게 전화기 제조사에 직접 연락해 장비를 교체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전화기를 직접 구입한 적도 없고 제조사가 어디인지조차 모른다"며 "전화기는 KT가 설치해 준 장비인데, 문제가 발생하자 제조사를 찾아가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는 통신장비를 선택하거나 설치하지 않는다. 설치 기사들이 설치한 상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전부인데, 장비에 문제가 생기자 제조사를 찾아가라는 것은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통신서비스는 일반 소비자가 전문지식을 갖추고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장비의 설치와 구성, 유지관리 체계에 대한 설명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특히 설치 위치나 설치 기록, 장비 관리 이력 등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 없이 고객 책임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책임 전가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고정장치가 없으면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은 들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지난 10년 이상 정상적으로 사용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설치한 사람도 KT이고, 우리는 설치된 상태 그대로 사용했을 뿐인데 아무런 근거 없이 소비자 책임으로 단정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치 기록과 장비 관리 이력을 공개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먼저 밝혀야 한다"며 "근거 없는 추정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정식 민원 및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전화기 고장을 넘어 기간통신사업자의 설치·관리 책임과 소비자 보호 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사업자에게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KT는 과거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던 공기업에서 출발해 현재는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지만, 지금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간통신사업자이다. 그만큼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장애 발생 시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며 책임 있는 사후조치를 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국민은 매월 통신요금을 납부하는 대가로 안정적인 통신서비스와 신속하고 책임 있는 사후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반대로 사업자는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며, 자신의 과실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소비자의 민원을 넘어, 우리나라 대표 기간통신사업자가 국민의 신뢰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다시 묻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