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⑤] 기피되는 고층·곡면·고난이도 구조물 — 기술격차가 만드는 시장의 공백

고층 프로젝트 기피 이유: 바람·진동·하중을 버티는 공법이 없다

곡면·비정형 시공 기피 이유: 설계–제작–시공을 통합할 기술이 없다

시장 공백을 메우는 기술의 조건: 고강도·고내식 강재 + 무용접 + 공장 제작

한국 건축시장에서 가장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고층·곡면·복합 구조물일수록 수주 경쟁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형 프로젝트라면 일반적으로 더 많은 건설사가 몰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발주처는 “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답을 반복해서 듣고, 시공사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니라 기술격차와 공법 한계가 만든 구조적 공백(market void)이다.

 

 

고층 프로젝트 기피 이유: 바람·진동·하중을 버티는 공법이 없다

 

고층 건물 외피는 강풍·진동·온도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특히 50층 이상에서는 외벽부재가 하루에도 수 번씩 미세 변형을 겪는다. 알루미늄 커튼월이나 용접 중심 공법은 이러한 변형에 매우 취약하다.

 

  • 바람 하중에 의한 처짐 발생
  • 반복 피로 하중 → 균열 증가
  • 용접부 미세 변형 → 구조적 하자로 발전
  • 장기 유지관리 비용 폭증

     

발주처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보다 건물의 장기 안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데, 현재 시장의 공법은 이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 결과, 고층 프로젝트는 기술 응답능력이 없는 업체에게는 ‘수주 리스크’가 된다.

 

 

곡면·비정형 시공 기피 이유: 설계–제작–시공을 통합할 기술이 없다

 

곡면·비정형 구조물은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다. 설계–엔지니어링–제작–현장 조립까지 모든 단계가 기하학적으로 연결된 고난이도 공정이다. 문제는 국내 대부분의 외장재 업체가 아래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 설계가 외주, 제작도 외주, 시공은 다시 다른 하도급, 엔지니어링 기능은 거의 없음

     

즉, 비정형 구조물을 시공하려면 적어도 아래 네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그중 하나만 갖고 있다.

  1.  
  2. 3D 엔지니어링
  3. 공장 자동화·정밀 제작
  4. 비정형 조립 기술
  5. 구조해석 기반 기술지원

     

그래서 발주처가 곡면·비정형 시공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리스크가 크다”, “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는다.

 

 

현장 리스크 확대: 용접 중심 공정은 복잡한 구조물에서 더 위험해진다

 

고층·곡면 시공에서 용접 중심 공정이 기피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 열변형 확대 → 설계 치수와 실제 시공의 불일치
  • 불티·고온 → 화재 위험 증가
  • 작업자 숙련도 의존 → 품질 편차 극대화
  • 작은 결함도 곡면 구조에서는 더 큰 하자로 확장

     

즉, 구조가 복잡할수록 용접 중심 공법은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때문에 기술 역량이 부족한 업체는
고난이도 외장재 시공은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회피하게 된다.

 

 

기술격차의 현실: 고난이도 프로젝트는 ‘수익성 높은 시장’인데도 비어 있다

 

이런 공백 현상은 역설적으로  고난이도 프로젝트일수록 수익성이 높음에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주처는 ‘할 수 있는 업체’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밖에 없고, 프로젝트 하나가 수십억 단위의 매출로 연결되며, 기술 장벽이 높아 경쟁사가 적고, 유지보수·추가 공사까지 장기 수익 구조 형성되는 고부가가치의 시장이 바로 이 “공백의 시장”이다.

 

즉, 시장 자체가 확실히 존재하는데, 이를 시공할 기술력을 가진 조직이 거의 없다.

이 산업은 지금 명확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할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가,
아니면 할 기술이 없어서 못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정답은 두 번째다.

 

 

시장 공백을 메우는 기술의 조건: 고강도·고내식 강재 + 무용접 + 공장 제작

 

고난이도 구조물을 감당하려면 공법 자체가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고강도·고내식성 소재 기반 구조
  • 용접 없는 체결 방식으로 변형·화재 리스크 제거
  • 공장 정밀 제작으로 설계–시공 편차 최소화
  • 엔지니어링 기반 시공 지원 체계 필수
  • 곡면·비정형 대응 가능한 롤포밍·성형 기술
  • 설계–제작–시공 통합 운영 가능해야 함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대형 프로젝트라도 수주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 결과, 시장에는 ‘할 수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고, ‘할 수 있는 업체’가 독보적 강자로 부상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론: 기술격차는 시장의 문제이자 기회이다

 

고층·곡면·비정형 건축이 늘어날수록 기술격차는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다. 이는 산업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기술 기반 조직에게는 거대한 기회다.

시장에 공백이 생길 때,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언제나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을 다루고,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장 공백을 실제로 메우고 있는 공법과 구조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스틸커튼월 기술의 부상과 기술적 원리를 분석할 예정이다.

 

 

[기고자 소개 | 편집국 작성]

 

이지윤 ㈜이오니크 대표


관련 업계 출신도, 기술 전문가도 아니다.  그러나 시장을 꿰뚫는 통찰력, “무엇이 필요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 하나로 이 거대한 산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현장을 매일같이 누비며 공부하고,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설득해 팀을 꾸리고, 제조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해 온 그의 행보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전혀 레퍼런스가 없는 젊은 여성 CEO가  굳건하고 폐쇄적인 이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만든 힘은  친화력, 통합적 사고,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지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기에, 이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이오니크는  그 무모한 시작과 집요한 실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작성 2025.11.16 09:13 수정 2025.11.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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